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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순천 신성교회 '김만철' 담임목사는 어떻게 '달걀목사'가 됐나?
김 목사 부부, 공단 출근길 직장인에게 '뜨끈뜨끈', '포슬포슬'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를 전달하는 사연

  • 최초노출 2019.05.21 16.47 | 최종수정 2019-05-22 오후 12:44:37


지난 16일 아침, 전남도 순천 '신성교회' 김만철 담임목사가 공단으로 출근하는 시민에게 달걀과 요구르트를 전달하고 있다.
 

지방 공단 출근길에서 매주 화·목요일 아침마다  따뜻한 격려의 말과 함께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를 두손에 쥐어주는 한 목사 부부가 있어서 화제다. 전남도 순천 신성교회 김만철 담임목사와 부인 강윤자 씨 얘기다.


순천은 인근에 광양제철, 율촌 공단을 둔 산업 배후도시다. 그런만큼 공단 출근 자가 많다. 이 부부는 매주 화·목요일은 빠짐없이 길거리에서 출근자에게 선행하는 것으로 일과를 연다. 달걀 한 개 안에 사람의 몸에 좋은 영양소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김 목사 부부가 오쿠에 구워 준비한 구운 계란 한 개 한 개에도 보약이 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 있다.


우선 달걀 구매 과정에서부터 직장인들의 손에 따뜻하게 전해질 때까지 전 과정이 오직 정성과 사랑과 기도로 이루어진다.


달걀 받는 사람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도록 가장 큰 왕란을 선택한다. 오쿠 1개에 30개씩 구울 수 있는데 2개의 오쿠를 가지고 하루 필요한 분량 150개를 구워낸다.


30개 1판 구워내는데 꼬박 5시간이 걸린다. 총 5판을 구워내려면 20시간이 넘는다. 다 구워진 계란을 꺼내고 새 계란으로 교체해야 하므로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깨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 구워진 달걀은 보온 유지를 위해 대형 보온밥솥으로 옮겨지고, 현장에 나가기 전에 출처를 알리는 스티커를 예쁘게 장식한 후 보온가방으로 옮겨 담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뜨끈뜨끈 기분을 좋게 해주는 온도로 달걀의 따뜻함이 유지되어 직장인들 손에 쥐어진다. 손안에 계란이 들어오는 순간, 특히 겨울에는 더욱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율촌공단으로 출근하는 최만승(58) 씨는 추운 겨우내 따뜻하게 추위를 녹여 주었고, 주머니에 넣고 가면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따뜻함이 유지되면서 사랑이 느껴졌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 부부가) 귀한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꾸준히 지속하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오전 7시 23분에 출발하는 출근버스 기사 양효석(70) 씨는 “열심히 애써주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일부러 버스에서 내려 공손하게 기쁘게 받았다.


김 목사가 순천 신성교회로 부임 후 사람들로부터 '달걀목사'로까지 지칭되는 이 일을 시작한 것에는 계기가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밤 늦은 시간대에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 씨가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목사는 이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파 많이 울었고,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것까지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산재 사망자가 상반기에만 503명, 한 달에 83명꼴, 하루 평균 3명꼴로 발생한다는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고 부부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해에 1000명에 가까운 산업근로자들이 아침에 출근만 하고, 저녁에 귀가를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16일 아침, 전남도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에서 공단 출근길 직장인을 태워보낸 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를 기도' 하는 김만철 목사 부부의 모습이 보는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김관옥 기자.
 
“목사인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깊은 생각을 한 김 목사는 세 가지를 계획했다. ⓵아침마다 따뜻한 격려의 말로 축복해 주자. ⓶아침 식사를 거른 사람들에게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계란으로 빈속에 조금이라도 요기가 되게 하자. ⓷출근 버스가 떠난 자리에서, 무사 귀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자.


계획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 김 목사는 여러 곳을 답사했고 많은 근로자가 차례대로 출근하는 신대지구 1, 3단지 앞을 찾아내 실천에 옮겼다.


처음에는 인사를 받기만 하던 사람들도 김 목사 부부의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섬김에 감동받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신성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라며 함께 진심으로 인사와 마음을 나누는 단계까지 됐다. 전하는 자, 받는 자 모두 가슴이 뭉클해 한다.


김 목사는 지루하게 차를 기다리는 근로자들을 위해 재미 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계란으로 손도 따뜻, 김 목사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도 따뜻, 좋은 이야기로 마음에는 용기와 격려까지 심어준다.


근처 식당 주인, 얼굴도 모르는 청년 등 김 목사 부부의 선행을 알게 된 많은 사람이 자신들도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달걀 값을 보내오는 일이 많아지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개그맨 배영만을 초청해 이웃 초청 큰잔치 한마당을 개최했는데 원근 각지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폭우 속에서도 꼬불꼬불 돌아 돌아 들어와야 찾을 수 있는 신성교회로 찾아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부인 강윤자 씨와 서진미 집사는 신성교회가 위치하는 신성마을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마을과 상가 80여 곳까지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를 전하고 있다. 어렵고 외로운 노인들과 피곤하고 지친 상인들을 격려하며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선행을 지켜본 신성마을 측에서도 잔칫날 이장을 통해 성금을 전하고, 흥겹게 잔치에 참여했다. 

김 목사 부부는 이처럼 사람의 마음이 열려서 스스로 좋은 일에 동참하게 만드는 바람직하고 헌신적인 목회를 함으로써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전남도 순천시 해룡면에 소재한 신성교회 전경. 김만철 목사가 담임목사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김관옥 기자.
 

편집국(종교문화부) 김관옥 팀장, 전남지역본부장 kimyb12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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